밤 11시 넘어 청와대가 사용한 업무추진비의 명세를 두고
입법부와 행정부의 갈등이 말 그대로 점입가경 상탭니다.
이 논란, 처음에는
청와대가 기획재정부의 예산집행지침에 맞지 않게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는 의혹에서부터 출발했지요.
특수활동비 파문으로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민심의 바다에서 낙오되지 않았습니까?
공론의 장에서 토론할만한 주제로써 전혀 손색이 없었습니다.
특히 심재철 의원이
청와대 업무추진비가 사용된 업소의 성격을 두고
'유흥업소', '최고급 식당 코스요리', '와인바'라고 지목했을 때엔
촛불 혁명으로 생긴 정부조차 과연 별다르지 않은 것인가 하는
의구심도 자아내게 했습니다.
그러나 오해였습니다.
이건 심재철 의원 측이 재정정보 자료에 표시된
상호만 보고 추론한 것입니다.
정부는 추가 해명을 통해
이 공간은 이름만 그러할 뿐 유흥업소가 아니고
대부분 일반 직장인들도 자주 찾는
평범한 가게라고 해명했습니다.
더 이상의 공세가 부담됐던 것일까요?
방송사 기자 출신 홍지만 자유한국당 홍보본부장은
청와대는 왜, 주변에 있는 '24시간 순댓국밥집'을
이용하지 않았는가,
또 '배달 음식'을 시켜먹으면 될 일이 아니었나,
이러면서 청와대를 비난했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어제 KBS 1TV '오늘 밤 김제동'에 나와서
"와인바가 아니고 24시간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 먹었으면
문제가 될 게 없"다고 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의 논점은 이로써,
왜 야식을 순대국밥이나 삼각김밥으로 하지 않느냐로
바뀌게 됩니다.
이쯤이 되면 공방을 더 이어갈 무기가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양상이지요.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도 이야기했습니다만,
심재철 의원이 만약 이 국면을 유리하게 끌고 갈 마음이 있었다면
진작 본인이 쓴
9억 규모의 특수활동비의 용처를 밝혔어야 했습니다.
이로써 현 정부에게 본보기가 되도록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심재철 의원은 현재, 그렇게 하지 않고 있습니다.
본인이 특수활동비를 어디다 썼는지 밝히기 꺼려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
자유한국당도 고려할 것이 있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업무추진비를 문제 삼기 이전에
먼저 밝힐 것이 있었다, 이 말이지요….
한국당이 여당일 때인 2016년 8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이정현 신임 당 대표 등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를 초청해서 음식을 대접했습니다.
그 자리는 무더위에 에어컨 많이 틀었다가
전기요금 폭탄 맞은 국민을
어떻게 돌볼까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밥상에 초고가의 식재료인 송로버섯과
철갑상어 알 등이 나왔습니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포획이 금지된 상어의 지느러미
즉 상어지느러미 요리까지 나왔고요.
파는 음식이 아니니 정확히 가격을 따질 수는 없지만
못해도 1인당 최소 30만 원이 넘는 식비가 나왔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저는 이분들이 순대국밥, 삼각김밥을 드셨어야 했다
이렇게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적어도 남이 먹는 음식 갖고 시비를 걸 때는
스스로 본보기를 보여준 이후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것 말고도 박근혜 청와대는
트레이너를 청와대 행정관으로 채용하고
1억 원 상당의 운동기구를 사는 등 혈세를 낭비한 바도 있습니다.
메시지의 힘은 메신저의 권위에서 나온다는 점,
한국당이 지나치게 간과한 게 아닌가 싶어요.
미국 백악관은 공식 연회가 아닌
모든 밥값과 소모품 비용, 세탁비,
심지어 백악관 손님에게 접대하는 음료수는 물론
퍼스트레이디의 생일파티 비용과 머리 손질 비용까지
대통령 개인이 부담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반려동물 개 고양이의 사룟값까지 해서
가족 생활비는 대통령의 급여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 정쟁만으로 끝낼 게 아니라,
업무추진비의 원천이 국민의 혈세이며,
허투루 쓸 돈이 아님을
청와대 정부 여야 모두 다 같이 가슴에 새기는 계기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세금 낸 보람을 공허하게 할 때
공화국은 기반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니까요.
용의 먹물이었습니다.
[용의 먹물] 2018. 10. 3(수)
KBS1라디오 '김용민 라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