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방언연구단체는 2005년
‘올해의 단어’로 트루시니스(truthiness)를 선정했습니다.
트루시니스, 이건 미국의 유명한 희극인
스티븐 콜베어가 지어낸 말인데요, ‘진실다움’이라는 뜻입니다.
아니, 진실이면 진실이지, 진실다움은 또 무슨 뜻일까요?
진실은 아니지만,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 것, 이걸 뜻합니다.
다시 말해,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데 실은 가짜인 것, 이겁니다.
가짜뉴스, 참 유서가 깊어요,
1660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세계 최초의 일간신문이
창간된 이래
기록으로써 남아있는 최초의 가짜뉴스는 이것으로 보입니다.
“달을 관측해보니 인간과 비슷한 우주인이 살고 있더라”,
네, 1835년 <뉴욕 선> 신문의 ‘달나라 보도’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뉴스는 아폴로 11호가 달나라에 간 134년 뒤
거짓으로 판명 납니다.
그 황당한 달나라 발 뉴스의 근거는
기자의 상상력. 요즘 표현으로 ‘뇌피셜’이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당시 보도는 미국을 발칵 뒤집어놓을 만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내가 믿고 싶은 것, 이것이 판단 기준이 되는 순간,
그 사회는 가짜뉴스의 지배를 받게 되는 겁니다.
최근 한겨레가 한국 가짜뉴스의 본산을 찾아냈습니다.
극우 개신교 성향을 띄는 단체가 그렇습니다.
이들이 메신저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퍼뜨린 이야기들은
대략 이렇습니다.
‘스웨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의 92%가
이슬람 난민에 의한 것이었다’,
‘아프간 이민자의 성범죄율이 내국인보다 79배 높다’,
‘시리아 난민이 동물원에서 조랑말을 성폭행했다.’.
아, 정말 인용하기도 민망한 이야긴데요.
이거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동성애자, 난민 혐오를 유발할 목적이에요.
아니, 무슨 종교 단체가 거짓말로 혐오를 유발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 가죠.
자, 이 거짓 메신저들의 행동은
정치 개입에 그 목적과 본질이 있었습니다.
2012년 박근혜 후보 캠프와 국가정보원에
모두 50억 가까운 돈을 지원해 달라고 한 흔적을 남겼거든요.
종교를 빙자한 정치 활동을 한 셈인데.
그렇습니다. 요새 가짜뉴스는
한 꺼풀 벗겨보면 정치색이 발견됩니다.
국내 이용자 1위의 인터넷 플랫폼으로 유튜브가 꼽히는데요.
극우적인 선동과 가짜뉴스 유통의 온상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송 좋아하는 소비자들은
극우 성향 유튜브에 진실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들 귀에 전달되는 것은, 진실보다는
진실로 믿고 싶은 것, 즉 트루시니스였습니다.
자, 우리 시민이 가짜뉴스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무엇일까요?
가짜뉴스의 본산을 발본색원하고
그 세력을 일망타진하는 것만일까요?
아닙니다. 보수나 진보나 진실 앞에서 겸손해지는 것입니다.
믿고 싶은 것만 믿어서는 안 됩니다.
진실은 항상 달콤하지만은 않습니다. 때론 불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진실을 우리의 표준으로, 약속으로 삼을 때
우리 사회는 지연돼도 올곧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네, 진실을 추구할 우리는 비로소 자유롭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극우 기독교단체도 한 번쯤 들어봤을
신약성서 요한복음 8장의 한 구절로
오늘 용의 먹물을 갈음합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32절)
[용의 먹물] 2018. 10. 2(화)
KBS1라디오 '김용민 라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