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의 맑은 칼럼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성수가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을 노리는가 보다,
이같은 분노의 민심이 
엄벌 촉구 100만 청원으로 타오르고 있습니다. 
국민 감정을 무시 못할 사법부가 이에 역행해서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한 김성수지만
그는 이미 여론의 재판정에서 극형이 선고된 셈입니다.

이 민심은 범죄 피해자에 대한 연대 의식,
약자를 지켜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매우 정의롭고 온당한 것입니다.

하지만 왠지 찜찜한 마음, 저뿐일까요?
2016년 봄 서울 강남역 부근 화장실에서 
참혹하게 살해당한 한 여성의 죽음과 비교돼서요. 

대법원 판결까지 받아 범인으로 확정된 김성민,
그는 조현병 즉 정신질환을 이유로 해서 감형을 받으려 했고,
법원으로부터 일부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30년형을 살고 있습니다.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고요.

그런데 어찌된 것이 
오늘의 이 들끓는 민심과는 확연하게 달랐습니다. 
사건 발생하고 5개월이 지난 시점, 
2016년 9월 9일자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밤늦게 돌아다녔으니 죽어도 싸다’ 
‘못 배운 것들이 밤에만 다닌다’ 
이런 피해자에 대한 폭력적인 언어가 
유가족 가슴에 대못처럼 박히고 말았습니다.
범죄피해자 지원금이 가족에게 지급된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사람들은
피해자 오빠에게 ‘동생 팔아먹은 놈이 뭐 그리 당당하느냐’며
거리낌 없이 비난을 퍼부었다고 하고요.
피해자의 연인 관계였던 남성은
‘워마드’ 같은 여성우월주의 커뮤니티 
일부 회원에 의해 미행당하고
집 문 앞에 부착된 ‘남자친구를 사칭하지 말라’는
욕설이 담긴 메모를 봐야했다고 합니다.

강남역 피살여성과 살해당한 강서구 PC방 아르바이트생
두 사람의 죽음은 과연 다른 죽음일까요?
강남역 살인자와 강서구 PC방 아르바이트생 살인피의자
두 사람의 범행은 또한 달리 평가해야 할까요?

이중잣대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PC방 살인사건의 피의자 신상공개가
무죄추정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인권의 이름으로 반대한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동의 못할 분들이 훨씬 많겠지만,
이런 극소수의 목소리가 없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존중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 말을 한 사람이
수많은 미투 폭로 과정에서 아직 피의자 신분이 아니고, 
가해자로 지목된 정도라도, 
그 해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PC방 살인사건 피의자는 무죄추정 원칙을 작동시키고
미투에 한해서는 유죄추정의 원칙을 작동시키자는 그는 
얼마전 한 진보정당의 서울시장 후보였습니다.

르포작가 이선옥 씨는 
"인권 감수성과 기본권이 선택적으로 작동한다면 
그것은 이미 기본권일 수가 없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사람의 기본권은 동일하다, 
이 합의로부터 인권은 발동됩니다. 
2018년의 죽음, 2016년의 죽음, 
모두 똑같이 애절한 마음으로 명복을 빌어 마땅할
안타까운 죽음이었습니다.
용의 먹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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