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의 맑은 칼럼

통일이 되면 800조원이 들어간다,

아니다, 1000조원이 든다, 이런 설왕설래, 낯설지 않으시죠?

한 해 우리나라 예산이 400조대니까

800조만해도 어마어마한 규몹니다.

 

막대한 통일비용 추정치, 그 근거는 무엇일까.

800조든 1000조든 따지고 또 따지면 하나의 종착점에 도달합니다.

그것은 바로 독일 통일의 사롑니다.

 

독일 통일은 사실 잘 된 통일이 아닙니다.

시행착오의 연속이었거든요.

통일 비용은 그래서 폭증했던 것이고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이 쓴 ‘담대한 여정’에 나온 내용입니다.

통일 즈음, 동독은 땅 문서 관리를 제대로 못한 상황이어서

서독인들이 분단 전에 갖고 있던 부동산에 대한 권리를 인정해줬습니다.

우리 사회에도 통일 후에 쓰임새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분단 이전 북한 땅 문서를 보관하는 분들 적지 않지요.

 

서독도, 분단 이전 동독 땅문서를 가진 사람들을 챙겨주다가 큰 낭패를 봤습니다.

동독 땅값이 어마어마하게 뛰었거든요.

정세현 전 장관은 이 책에서

분단 이전 땅문서는 휴짓조각이 돼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습니다.

 

독일 통일비용이 폭증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화폐 통합이 그렇습니다.

서독과 동독은 통일 3개월 전 화폐를 통합했는데요.

경제규모로 보자면 2대 1, 4대 1이 맞는데

국민 통합을 위한다며 1대 1로 해버린 것입니다.

이러다 보니 동독인은 초대박이 났고

서독인은 한동안 동독인을 질시하기도 했습니다.

국민 통합을 위한다고 했는데

국민 통합에 전혀 도움이 안 된 것입니다.

 

민경태 여시재 한반도미래팀장은 오늘자 경향신문 칼럼에서

독일 통일비용이 폭증한 또 다른 이유로 이 점도 거론합니다.

독일 통일비용 중

50% 이상은 동독 주민의 소득보전에 쓰였다는 것입니다.

베를린 장벽이 갑자기 무너져 흡수통일이 되다 보니,

동독 주민에게 서독과 동일한 수준의 소득과 복지를 제공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대 1 화폐 통합과 비슷한 맥락이지요?

이 때문에 또, 동독인들은 서독인들의 미움을 샀습니다.

 

남이나 북이나 흡수통일할 생각은 진작에 없었고

아울러 체제 통합으로 직진할 가능성도 낮으니

독일식의 통일 방안이 우리 몸에 맞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큰 길을 감에 있어 한 푼의 비용도 들지 않는다?

이건 아니지요.

그러나 한반도가 지금까지 지내온 대로

남과 북으로 갈려서 군사적 갈등을 지속할 때는

한 푼이 안 드느냐, 이것 또한 따져봐야 합니다.

답은 뻔합니다. 매우 많이 든다, 이겁니다.

 

올해 국방부 예산은 43조1000억 원.

그 중 1/4이 무기 구매 비용이었습니다.

이게 바로 분단비용입니다.

이게 없어진다면 우리는 이 남는 돈을 교육, 복지에

투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비용도 제법 들 수 있습니다.

그것은 회수가 불가능한 매몰 비용이 아닙니다.

한국의 많은 기업이 중국과 베트남에 공장을 짓습니다.

이거 중국과 베트남에게 퍼주려고 지었겠습니까?

아닙니다. 돈 벌려 하는 겁니다.

 

북한에 도로 포장해주고 철도 깔아주면 퍼주는 겁니까?

아닙니다.

북한에게도 혜택이 가지만 당장 우리는 대륙으로 가는 길을 얻게 되는 것이고

괄목할만한 물류비용 축소, 그리고 경제 교류로 인한 수익성 증대라는

소득을 얻게 됩니다.

 

평화가 밥이다,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한반도에 긴장이 사라지면

외국인 자본가가 안심하고 투자하게 되는 부수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맥락 없는 통일비용이나, 근거 없는 북한 퍼주기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바라지 않는 이들만의 고민입니다.

이대로 한 해 수십조를 분단 갈등 비용으로 쓰자는 주장을

낡은 레코드판 돌리듯 돌리고 또 돌리는 고민.

 

통일비용이 든다면 그것은 퍼주기가 아니라

회수가 가능한 투자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남북의 조건 없는 평화, 화해, 협력!

한반도의 미래를 위한 유일하고 최상인 답 아닐까요?

용의 먹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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