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의 맑은 칼럼

인천의 한 중형교회 목사가

이른바 그루밍 성 범죄를 저질러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그루밍 성범죄가 무엇인가.

사전을 찾아보니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과 사전에 친밀한 관계를 맺어두는 행위인데,

주로 취약한 상황의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해 신뢰를 쌓은 뒤,

유인·통제·조종을 통해 성적 학대를 가하고,

이런 성적 학대를 폭로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을 말한다고 합니다.

 

이 목사가 딱 그랬습니다.

피해자들은 10대 미성년자일 때

이 목사로부터 성희롱·성추행을 당하고

강제로 성관계까지 맺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목사는 "스승과 제자를 뛰어넘는 사이니 괜찮다"면서

피해자들을 길들였다고 하고요.

 

이 목사는 당시 목사의 전 단계, 즉 전도사였습니다.

통상, 아무 연고가 없는 교회에서

일개 전도사가 이런 짓을 하면 곧장 퇴출입니다.

 

그런데 이 목사는 어떻게 됐을까요?

제가 자꾸 이 목사, 이 목사하는데

이 목사의 성은 김씹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김 목사라고 하겠습니다.

김 목사는 현재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측 교단의 소속 노회

즉 지방회에서 제명된 상태입니다.

 

제명은 목사직을 상실한 것이고

따라서 중징계 조치를 당한 게 아닌가 생각되십니까? 착십니다.

목사직 상실 그건 면직입니다.

여기서 제명당했다 함은 그 교단에서 제명된 게 아니라

그 교단의 소속 노회에서 제명된 겁니다.

그 교단에 노회가 꽤 많습니다.

다른 노회에 가서 태연하게 목회해도 됩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하나마나한 처벌을 받았을까요?

김 목사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따져보면 됩니다.

김 목사의 아버지도 목사입니다.

게다가 교단 최고지도부인

서기를 지냈고, 교단의 기관지 이사장도 지냈고요.

현재도 요직에 있습니다.

지금이야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있어야겠지만

언제든 다른 곳에서 목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아버지가 아들을 도와주면 길이 없는 게 아닙니다.

 

김 목사는 그루밍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목사를 그만하겠다고 각서를 썼는데

말을 뒤집고 지금은 잠적한 상탭니다.

 

그렇다면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제대로 했느냐.

피해자를 돕는 정혜민 목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가장 먼저 나온 얘기가 교회를 먹으려고 하는,

교회를 어지럽히려고 하는 이단들이 벌인“ 성폭행 자작극이라고

떠들더라

"이 외에도 아이들이 꽃뱀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어째 많이 익숙한 풍경이지요?

한국 사회에서 성범죄 피해자들이

한 번씩은 받게 되는 시선입니다.

게다가 "너희도 같이 사랑하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이들도 만나야 합니다.

 

적잖은 언론은

이것이 세습 교회의 폐단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렇지요. 김 목사는 별 탈 없었다면

그 교회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아버지 교회니까 제멋대로 했던 것일 수도 있겠고요.

 

그러나 저는 성범죄에 대해서

최소한의 가책도 못 느끼는 일부 종교계의

낮은 성 감수성에서 그 본질적인 원인을 찾고 싶습니다.

 

김 목사가 속한 교단에서는

여성이 목사가 될 수 없습니다.

여성 대통령이 나온 시대에 여성 목사는 안 되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그 교단에서 2003년 총회장을 한 목사는

"여성이 목사가 될 수 없다.

어디 기저귀를 차고 설교강단에 올라올 수 있는가"라고

말한 바도 있었습니다.

여성 목사가 없는 이 교단에서 수년전

이름이 널리 알려진 전 모 목사가

여성 교인을 상대로 한 성추행 사건으로

사회적 충격을 안겼지요?

아직도 중세에 사는 이들,

이들의 야만적인 성의식 속에서 여성은 김 목사 말마따나

자신의 성적인 장애를 치료하는

잠자리 대상으로 전락했던 것이고요.

 

사회의 목탁이요, 소금이 돼야 할 종교.

그런 종교가 갈 길을 잃는다면 어찌 될까요?

교단은 이 목사에 대한 제명조치를 가하고

교단내 성차별 관행을 일소해야 합니다.

그 교단은 그럴 필요가 있어요.

성추행했던 전 모 목사, 다 용서해주고

지금 서울 홍익대쪽에서 교회 차리고 설교하게 하고 있거든요.

용의 먹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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