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의 맑은 칼럼

과거 TV에서 나오던 서부영화에는

공통된 흐름이 있었습니다.

말 타고 광활한 대지를 질주하는 총잡이,

그는 악당과 맞서며 가족을 지키고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싸우는 주인공이었습니다.

총격이 즉 폭력이 미화되는 이 영화의 끝 부분 올라가는 자막에

전미총기협회가 스폰서 명단에 있었는지는 확인해보지 않았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도시 술집에서

총기난사로 최소 12명이 숨졌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사건 당시 술집에는

축제를 즐기려는 대학생들로 붐비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워낙 잦은 일이라 그런지

오늘 KBS뉴스9은 단신으로 처리했더군요.

 

미국에서는 총기가 없으면 바보 소리 듣습니다.

민간인이 보유한 총기 수가 2억7000만~3억정으로 추산됩니다.

미국 인구가 3억이 넘으니 한 사람 당 하나 씩 갖고 있는 셈이지요.

그리고 이 통계, 혹시 접해보셨나요?

미국 국민의 사망 원인 2위가 총기로 인한 사고였다는.

 

왜 총기규제가 시행되지 않을까, 이런 의문이 드실 겁니다.

우선 ‘무기를 소지하거나 휴대할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한 수정헌법 제2조 때문입니다.

무기 소지는 기본권이라는 것이지요. 일단 법이 그렇고요.

보다 실질적으로는 430만 회원을 거느린

미국 최대 이익단체인 잔미총기협회의 강력한 로비에 힘이 있습니다.

충격적인 총격 사고가 나도 의회는 애도만 표했을 뿐

총기협회에 고개 쳐들고 따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 총기협회가 쏟아붓는 정치 후원금 혹시 나만 못 받을까

의원들이 염려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뉴스를 통해 접하셨겠지만

지난 2월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고등학교 총기 참사 이후

6개월 만에 플로리다주에서 또다시 총기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러자 총기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집회가

미국 워싱턴과 뉴욕을 비롯한 800여개 도시에서 대대적으로 열렸습니다.

대규모의 청소년들, “살고 싶다”며 저마다 거리에서 외쳤습니다.

 

재임 시절, 총기규제를 위해 요란한 연설 외에는 달리 한 일이 없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즉각 이 시위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그래서 빈축을 샀습니다.

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학교 내 총기 참사를 막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제안했습니다.

‘교사도 무장시키자.’ 이렇게 말입니다.

총기 소지를 못하게 할 수 없으니 교사에게도 총기를 주자는 것입니다.

끝끝내 총기 규제는 거론조차 안 했습니다.

미국 사회는 대개 이랬습니다.

큰 총기 사고가 나면 “왜 너는 총기를 소지하지 않아서

위험한 상황을 자초하는가”, 이런 타박을 듣는다는 것이지요.

 

국가가 안전을 책임지지 않을 것이니

개인이 총을 소지해 각자 알아서 자구책을 만들라는 나라,

이런 나라에서 꿈과 희망은 사치라며

수많은 청년이 여성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트럼프를 상대로 경고 메시지를 담은 표를 행사한 것은 아닐까요?

 

총기협회보다 더 중요한 국민 안전,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을 간과해서는 재선이 없음을 알아야 할 텐데.

오늘도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언론과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며

불변의 4차원적 태도를 과시했지요.

미국의 갈 길이 참 암담해보이지요.

용의 먹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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