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의 맑은 칼럼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

리선권 북한 조국통일위원장이

남측 기업인에게 이 말을 했다고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실명으로 공식적으로 내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현재까지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건너 건너 들었다는 야당 의원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는 통일부 장관만 있습니다.

리선권 옆에 앉아있던 손경식 CJ그룹 회장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이른바 냉면 목구멍 발언은

최소한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 문제로 봐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이 나라 보수언론들은

냉면 목구멍 발언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몇몇 재계 인사들이 침묵 또는 부인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압박에 눌려서

진실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오늘 아침 나온 중앙일보의 전영기 논설위원 칼럼.

홍영표 여당 원내대표가 “전화를 걸어

‘리선권이 진짜 냉면 목구멍 발언을 했느냐’고 물으면

‘그렇다’라고 넙죽 대답할, 간 큰 재벌이 어디 있겠나.

(중략) 이 정권 아래서 진실을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저는 무엇이 진실인지 모릅니다.

리선권이 진짜 그런 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 단언도 확인도 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조심스럽습니다.

제 개인도 그러한데 언론은 어떠해야 하겠습니까?

언론은 냉면 목구멍 발언이 있었다면

누구도 부인 못 할 확실한 증거부터 내세워야 할 것입니다.

리선권이 그러고도 남을 것이라는 인상비평 말고요.

 

이런 가운데 리선권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에게

'배가 나온 사람'이라고 언급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냉면 목구멍 발언이 사실이라고 주장한

보수언론과 야당은

당시 배가 나온 사람 발언에 담긴 감정과 맥락을 간과합니다.

그 전에 사전에 목구멍 발언을 사실로 믿게 했고요.

그렇게 리선권은 무례하기 짝이 없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우리 정부는 거기에 아무 소리도 못 하는 무력한 주체로 각인시키고요.

 

‘배가 나온 사람’이라는 발언과 관련해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리선권의 농담이었다고 말하는데.

통상, 강한 농담에는 강한 농담으로 맞대응하는 것이 답이지요.

그 강한 농담만 딱 떼어다가 두어 달 지나 앞뒤 맥락 다 자르고 문제 삼는 것은

발언의 심각성보다는 문제로 삼는 이의 의도성만 부각하기 마련입니다.

 

북한이 어떻게 볼까요?

리선권의 한마디에

한국 정치권이 들썩거리는 현실을 말입니다.

 

이런 가운데

자유한국당 김진태,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 등

보수 진영 인사들이 냉면을 먹으며 영상 등을 찍는

‘목구멍 챌린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목구멍 챌린지’는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해

자신의 몸에 얼음물을 붓는 장면을 영상으로 찍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에서 이름을 따왔는데요.

 

사실을 믿는 것인지

사실이라고 믿고 싶은 것을 믿는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고 싶습니다.

사실과 의견의 경계가 불분명한 세상에서

가짜뉴스는 창궐하기 마련이지요.

일반 누리꾼은 그럴 수 있어도

책임 있는 언론 또 공직자는

그래서는 안 될 일입니다.

 

냉면 목구멍 논란은

냉전 논리에 발목 잡힌 남한 정치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습니다.

용의 먹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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