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의 맑은 칼럼

한국미래기술 회장이라는 번듯한 직함을 갖고 다니는

웹하드 업체 '위디스크'의 소유주 양진호 씨.

그가 그만둔 직원에게 풀스윙으로 따귀 때리는 영상이

탐사보도매체 뉴스타파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영상에서 양진호 씨는 사무실 안에서,

이미 회사를 그만둔 직원을 상대로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더니

무릎을 꿇리고 사과를 강요했습니다.

 

더 큰 충격은 근접촬영한 이 영상은

몰카가 아니고 CCTV도 아니었습니다.

양진호 씨가 촬영을 지시한 것이고

양 씨는 이걸 나중에 기념삼아 소장하려 했다고 합니다.

큰 잘못도 없는 사람에게 폭력에 따른 신체적 상처는 물론,

모욕감까지 주면서 그것을 기념하려 했다니!

아니, 아무리 큰 잘못이 있다손 치더라도

대한민국 어떤 법에서 사적 개인의 보복을 허용하던가요?

 

양진호 씨는 뉴스타파 기자에게

자녀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폭행을 확인하려는 취재에

응할 수 없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

양진호 씨에게 얻어 맞은 누군가는

태어났을 때 엄마 품에 안겨 사랑받았을

소중한 남의 집 자식이 아니었을까요?

 

양진호 씨는 이미 위디스크가 음란물 유통을 방치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중이었다고 하니 이 사건과 병합해

엄중한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추정합니다.

그러나 이 정도로 잊힐 사안일까 싶습니다.

 

이 영상에서 또 한 번 놀라게 만드는 부분은

직원들이 폭행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특별히 주변에서 말리거나,

항의하는 등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미 기념 소장할 목적으로 자신의 폭력을 촬영하라고 한

인격파탄자를 말리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까

신변의 위협을 느꼈을 수도 있겠네요.

그러나 지금이 중셉니까? 당신들은 노옙니까?

동료 노동자가 이렇게 사납게 얻어맞는데 가만있습니까?

내가 안 맞으면 그만입니까?

 

하긴 이런 이야기 자체가 무의미해 보입니다.

양진호 회장의 엽기적인 행각이 담긴

'공포의 워크숍' 영상이 추가로 공개됐으니까요.

영상에는 양진호 씨가 닭을 풀어놓고 직원들에게

닭을 죽이도록 한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양진호 씨가 활로 닭을 쏘고

직원을 시켜 살아있는 닭을 날려

칼로 베도록 하는 장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 닭이 내 신세가 아닐까 감정 이입할 사람도 있었을 테니까요.

 

며칠전 교촌치킨 권원강 회장의 6촌 동생이자

교촌에프앤비의 상무인 권 모씨가

얼마전 직원을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돼 쫓겨났습니다.

전에도 비슷한 일을 야기했지만 1년만에 복귀했다고 하지요?

권 씨는

당시 직원들에게 다가가 삿대질하며 쟁반을 내치는 모습에 더해

뒷걸음친 직원들을 따라가 멱살을 잡고 몸을 흔든 뒤

자리를 떠나는 태도로

당분간 국민의 뇌리에서 지워지기 힘들 겁니다.

 

이외에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부와 권력을 이어받은 자들의

안하무인으로 우리는 살맛을 잃어갑니다.

저는 이런 제안을 합니다.

일정 매출 이상의 기업에는 반드시 노동이사 또는 공익이사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의결권은 얻지 못하더라도 정보 접근권,

의견권을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

공적 감시 시스템이 없다보니 망나니짓을 서슴없이 하는데

아주 기본적인 제동 장치도 없다면

우리는 노동후진국일 뿐입니다.

 

이게 뭐 거창한 노동정의로 들리십니까?

우리 노동자들이 매 맞지 않고 살아갈 권리,

그걸 이야기하는 겁니다.

매맞지 않고 일하고 싶다,

이 기본 중의 기본인 소망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나라는

나라가 아닙니다.

우리는 나라다운 나라를 원합니다.

용의 먹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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