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의 맑은 칼럼

“1980년 당시 나는 17살 여고생이었습니다.

5월 19일 나는 계엄군인에 의해 군용차에 강제로 태워졌습니다.

거기엔 다른 여성, 2명에서 3명 정도가 타고 있었습니다.

우리를 태운 차량은 야산에 멈춰섰습니다.

군인들은 나에게 집단 성폭행을 가합니다.

나는 그 이후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다가 끝내 승려가 됐습니다.

 

나만 이런 일을 당한 게 아니었습니다.

또 다른 여고생 2명도 계엄군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정신병원에 입원했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들었습니다.”

 

네, 5·18 기념재단의 구술 자료집에 담긴 기록을

제가 재구성해봤습니다.

 

1980년 5월 22일 시신으로 발견된 19살 여성이 있었습니다.

광주지방법원은 사망자 검시 조서에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좌유방부 자창.

유방이 잘린 상태의 시신이었다는 말입니다.

 

광주 성폭행 피해자들은 그렇게 시름시름 앓거나 죽거나

이름을 감추며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1980년 5월 전남도청에서 안내방송을 했던

김선옥 씨는 자신의 이름을 내놓고

계엄군의 성폭력 가해 사실을 증언했습니다.

김선옥 씨는 당시 전남대 학생이었습니다.

5월 21일 서점에 가려고 외출했다가 학생수습대책위원회에 동참했는데요.

시민군이 활동 중이던 도청에서 활동하다가 빠져나왔지요.

그러나 한 달여 만인 1980년 7월 3일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에 붙잡혀 끌려 갑니다.

수사관은 그 자리에서, 공공기관에서

김선옥 씨를 성폭행했습니다.

 

시위에 참여하거나 하지 않거나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 인간의 껍데기를 한 악마들에게 성폭행은 약과였을지 모릅니다.

광주시민을 상대로 눈감고 살육했거든요.

헬리콥테에서 눈에 띄는 족족

사정과 대상을 가리지 않고 갈겨댔으니 말입니다.

전혀 새로운 일도 아닙니다.

 

그러나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국방부 여성가족부 국가인권위원회가 꾸린 공동조사단에 따르면

대부분의 성폭행 피해는

시민군이 제대로 꾸려지기 전인 5월 19일과 21일 사이 발생했다는 겁니다.

전두환 씨가 말하는 불가피했던 자위권이 불필요하던 시점이지요.

게다가 금남로 같은 광주 시내가 아닌

광주교도소나 군부대 인근인 외곽 지역에서 납치 구금한 여성을 상대로

가해를 했다는 겁니다.

당연히 전두환 씨가 주장하는 대로 불가피한 방어가 불필요하던 지점이었지요.

 

성폭력은 속성상 가해자에 대한 확실한 처벌로써

피해자의 다친 마음을 다독일 수 있습니다.

40년도 안 된 시기에,

게다가 통제가 가능한 군조직에서 벌어진 가해,

한 인생에다 대못을 박은 자, 못 찾는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지금이라도 확실한 응징을 해야 할 것입니다.

 

역사의 시시비비 가림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범죄는 언제든 재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광주학살 또 성폭행은 잘못됐다고 역사는 정의했습니다.

그러나 가해자에 대한 문책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절반의 정의일 뿐입니다.

가해자에 대한 문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광주 학살 발포명령자로 강력하게 추정되는 그 사람이 보여주듯

자위권 발동을 운운하는 뻔뻔스러운 거짓말이 공명됩니다.

 

5.18 가해는 그래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오욕의 역사를 그칠 광주민주화운동진상조사특별위원회는

9월 14일 임기를 시작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40일 넘게 개점 휴업 상탭니다.

자기 당 몫의 진상조사특위위원 추천을 미루고 있는 자유한국당 때문입니다.

절반의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지연된 정의는 또한 정의가 아닙니다.

광주 5.18에 관한한 이 나라에 정의는 없습니다.

용의 먹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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