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의 맑은 칼럼

명당’ ‘물괴’ ‘협상’ 등 올해 100억 이상 투입한 영화들입니다.
흥행 참패했습니다.
흥행 참패는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영화에게 하는 말입니다.
본전도 못 찾은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나 이들 작품은
여러 영화 평론가의 극진한 칭찬을 받았던 바 있습니다.
평론가와 관객의 평가가 항상 같을 수는 없겠지요.

흥행 참패의 이유, 매우 다양합니다. 
줄거리의 속도감이 관객의 기대보다 느리다,
또는 배우의 연기력이 아쉽다,
메시지가 부족하다 등 백가쟁명을 방불하게 합니다. 
사실 보는 사람마다 평가가 같을 수 없겠지요.
그래서 영화 후기는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열린 토론의 장입니다.

하지만 요즘 모 신문 대중문화 전문기자의 
엉뚱한 흥행 실패 분석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앞서 거론한 영화들의 흥행 참패는 주 52시간제 도입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어제 올라온 기산데요. 일부 읽어볼까요?
먼저 제목. “제작비 100억 이상 대작 잇단 참패… 영화계 ‘충격’”
이번엔 기사의 부제목입니다. “흥행 참패 이유는 ‘52시간제’로 하루 8시간 촬영”

뭔가 근거에 따라 쓴 기사였겠지요?
세부적으로 들여다보겠습니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서 촬영시간을 
하루 8시간 이내로 맞추려다 보니 촬영일수가 크게 늘었다”라는 
익명의 제작사 관계자 멘트가 있습니다.

온라인에 이 기사가 뜨자 
뜨거운 반응이 뒤따랐습니다. 
열 중 여덟아홉의 글은 비난과 비아냥이었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영화 제작 시기는 주 52시간제가 도입되기 이전이었습니다.
전혀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것입니다.
미디어오늘은 이미 이 신문 편집회의에서 
기사의 방향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전합니다. 
“말 안 되는 논리를 억지로 갖다 붙였다”라는 지적이 있었던 이야깁니다. 
결국, 오늘 아침, 기사는 대폭 수정됐습니다. 
부제는 “흥행 참패 이유는 짧아진 추석 연휴…관객 수 10% 떨어져”로 수정됐습니다.
이 신문 편집국장은 “순전히 우리가 잘못한 것이고 
제대로 체크하지 못한 내 책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신문은 재벌 대기업이 출자한 모 경제신문입니다. 
이 신문은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비판적이었습니다. 
대기업의 이익에 반하긴 하죠. 
그렇다고 영화 흥행 참패를 주 52시간제에 무리하게 갖다 붙여서야 하겠습니까?
의도성이 다분했습니다. 

이 경제신문은 그런데, 주 52시간 근무만이 아니라 소득주도성장에도 반대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런 보도를 낸 바 있습니다.
정확히 두 달 전인 8월 24일. 
대전 서구 월평동에서 거주하는 50대 여성이 
일하던 식당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이 크다”라는 말과 함께 해고 통보를 받았고, 
이후 다른 일자리를 찾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 말입니다. 

이거 가짜뉴스였습니다.
사망자 나이, 사망 시점, 가족관계 틀리고요.
기초생활수급을 했는지 아닌지, 
최저임금 인상과 사망 관계의 연관성 즉 논리적 근거,
네, 이거 다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대전에 가지도 않았어요.
한마디로 현장 취재를 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것도 모르고 제1야당 원내대표는 기사를 인용해 
사람 잡는 최저임금 인상이라며 흥분했다고 하지요?

의도가 팩트를 앞질러 갈 때
그 언론은 더 언론이 아닙니다.
정상참작이 가능한 오보도 있지요.
즉 사실은 아니어도 사실로 볼 만한 충분한 정황과 근거를 토대로 쓴 기사를 말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가짜뉴스가 맞습니다.
악의성이 실려있기까지 했다면 이 보도를 생산한 언론은 사이비라고 봐야 마땅합니다. 
이 경제신문은 현재까지 공개적이고 진정성 있는 사죄와 반성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라도 안 할 겁니까?
용의 먹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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