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의 맑은 칼럼

강용석과 법비들

김용민닷컴 2018.10.25 22:38 1978

강용석 변호사가 감옥에 들어갔습니다.
마스크로 입을 가린 모습을 보인 채
호송차에 실려 서울구치소로 향할 때에는 
평소 “너 고소!” 이러던 호기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묘한 감회에 젖어 들게 만듭니다. 

이름 있는 인사들을 피고로 적시해 
수사기관에 마구잡이로 고소·고발했던 강용석 변호사.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던 2010년 여름, 
연세대에 재학 중인 여학생들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라며
터무니없는 낭설로 여성 아나운서를 모독했습니다. 
한국아나운서연합회가 집단 고소합니다. 

그런데 반성하고 참회해야 할 강용석 의원은
돌연 개그맨 최효종 씨를 고소합니다.
최효종 씨가 ‘개그콘서트’에서 국회의원을 풍자하자
국회의원을 모욕했다며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이유는 이랬습니다. 
“아나운서들이 나를 상대로 집단모욕죄 운운했는데
이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보여주려고 국회의원에 대한 집단모욕죄를 걸어
최효종 씨를 고소했다”고 했습니다.
실제 최효종 씨 발언으로 인해 모욕감을 느꼈다기보다는
자신에게 소송을 건 아나운서에게 일침을 가할 목적으로
스리쿠션 반박을 한 셈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최효종 씨에 대한 고소, 나중에 취하했어요.

이후 강용석 변호사의 줄 이은 고소는
자신의 정치적 욕망과 이름 알리기의 도구로 마구 이용됩니다. 

이런 기행을 이어가던 강용석 변호사를
예능 케이블 텔레비전 방송들은 독특한 캐릭터의 소유자로 주목하게 됩니다. 
그리고 발탁해요.
‘강용석의 고소한 19’라는, 자기 이름을 단 타이틀의 프로그램도 맡습니다. 
‘고소왕’은 이렇게 ‘방송왕’으로 이미지 세탁됩니다. 

그러다 2015년 ‘불륜설’이 제기됩니다. 
자신의 아내와 불륜을 가졌다며 한 남성이 강용석 변호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낸 거예요. 그런데, 
소송을 취하시키려고 고소인 아내, 즉 불륜설의 당사자인 여성과 공모해서
강용석 변호사는, 그 여성의 남편 명의로 된 인감증명 위임장을 위조하고 
소송 취하서에도 남편의 도장을 허락받지 않고 마음대로 찍어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아무 관계 없는 개그맨도 고소한 바 있던 강 변호사, 
자신을 고소한 남성을 상대로 소송을 냅니다.
그래요, 공격이 최선의 방어지요. 하지만 패소했습니다. 
그리고 멋대로 찍은 도장에 발목 잡혀 오늘 구속됐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변호사인데 위조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판사인데 기만당한 것입니다. 

강용석 변호사 사건을 계기로 이 나라 법 좀 안다는 법률가들의 행태를 돌아봤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양심적인 판사, 검사, 변호사가 여전히 다수이겠습니다만,
법의 빈틈을 노려,
범죄를 저질렀건만 책임을 회피하는 법비들이 점점 늘고 있음을 외면하지 않을 수 없어요.

양승태 대법원 시절에 거의 레포츠 수준이던 사법농단 또한 그렇습니다. 
사법농단 아닌 수사의 압수수색영장 발부율인데 90%인데
사법농단 수사의 발부율은 10%인 현실, 
영장전담판사들에게 ‘봐주기 아니냐’라고 눈총을 주면 
‘법리에 따라 판단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이 때문에, 죄질이 매우 심각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건만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에 대해서는 법원 안팎에서 매우 회의적입니다.
공범으로 적시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오죽할까 싶고요.

유도 태권도 등 유단자들이 폭력혐의로 재판정에 서게 되면
양형기준은 따로 없지만 법정에서는 
폭력의 심각성을 크게 주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법으로 남을 괴롭히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법 전문가들,
그들은 더 강력하고 엄격하게 처벌돼야 할 것입니다.

1심 판사는 강용석 변호사가 반성하지 않는다며 질책했습니다.
법정을 나온 강용석 변호사는 즉각 항소한다고 했습니다.
법이 아직 우스운 사람들, 이들이 존재하는 한,
법치주의의 추락을 멈추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용의 먹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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