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의 맑은 칼럼

여러분은 영화 시상식 수상소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입니까?

많은 분이 2005년 영화 ‘너는 내 운명’으로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황정민 씨의 말을 들 것입니다.
“스태프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놓았을 뿐이다.”
이 말이었지요?

스타에게 있어 스태프는 가장 친밀한 대상인 듯 보입니다.
스태프로 시작해서 스타로 등극한 때도 있으니
연예계 종사를 희망하는 청춘에게 선망의 대상일 것입니다.
그렇게 이 세계의 밝은 면만 보고 부나방처럼 뛰어드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러다가 열정과 희망을 소진해버린 채 자취를 감추는 일이 허다합니다.

익히 알려진 바지만
연기, 음악, 춤, 문학, 미술 등
거의 모든 대중 문화예술 현장에서는 권리 침해의 사례들로 넘쳐납니다.
최저임금이나 주 52시간 근무 위반은 다반사고,
인격 모독만 당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게 종사자의 간절한 바람입니다.

특히 스타와 함께 동거하다시피 해야 하는
매니저·스타일리스트 직군의 고충은 하늘에 닿아있습니다.
연예계 생태계에서 약자 중의 약자에 분류되다 보니
기본권 침해는 어제오늘이 아니고 몇 사람의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대변할 창구는 전혀 없다시피 합니다.
말 못 할 피해, 그러니까 성폭력은
이 업계의 고충만큼 그 실태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것입니다.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라면 고통은 스태프만의 것이 아닙니다.
벌써 10년이 다 돼 가는군요.
무명의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 기억하십니까?
32살의 그는 밥과 김치를 주실 수 없냐는 마지막 애원을 남긴 채
차가운 월세방에서 세상과 등졌습니다.
물론 굶어 죽은 것은 아닙니다. 굶은 상태에서 지병 치료를 받지 못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이승을 떠나는 그녀 등에
왜 편의점 일자리라도 알아보지 않느냐는 비난이 화살처럼 꽂혔습니다.
그게 죽은 사람한테 할 소립니까?
얼마 뒤, 비교적 알려진 대중음악인인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도
생활고에 시달리다 뇌출혈로 숨졌다는 소식을 우리는 접했습니다.

모든 예술의 전제는 인간입니다.
인간이 없는 예술은 없습니다.
그러나 예술이 창조되는 현장에서 인간의 가치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비정한 산업현장 안에서도 뭔가 꿈틀 댐이 느껴집니다.
배우 유지태 씨,
자신이 연출한 영화 또 출연한 영화에서 받은
노동의 대가를 반납하거나 일부분만 받아갔습니다.
나머지는 스태프 인건비로 지급하라며 내놓았습니다.
"내 것은 포기해도 스태프들한테는 주고 싶다"는 말과 함께 말입니다.
그는 스크린 밖에서도 예술인이었습니다.

또 있습니다.
최근 가수 아이유 씨가
현 소속사를 상대로, 계약금 인상 없이 재계약을 하겠다,
대신 이 요구를 받아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나랑 함께한 식구들 즉 스태프를 계속 데리고 가겠다.',
'직원들 월급을 인상해달라.‘

아이유는 더 많은 돈을 갖지 못했지만
무수한 존경의 눈망울을 얻었습니다.
그래요. 아티스트는 모름지기 이런 것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래요. 예술이 예술다우려면
사람이 사람답게 대접받는 풍토와 기틀이 전제돼야 합니다.
아이유에게 참 고맙습니다.
아이유라는 아티스트와 한 시대에 함께 사는 것을 긍지로 여깁니다.
용의 먹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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