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의 맑은 칼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평양에 초청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에게 교황 초청을 제안한 사람이 따로 있었는데요.

영세명 디모데오, 가톨릭 신자인 문재인 대통령이었습니다.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은 교황을 만나보는 게

어떠냐고 이렇게 권유한 것입니다.

이에 김정은 위원장은 '오신다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라고

초청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실현된다면 한반도 평화 국면을 더 무르익게 하겠지요?

그 그림이 벌써 그려집니다.

 

교황, 특히 프란치스코 현 교황에 대한 세계인의 신망은

매우 두텁습니다.

본인 자신이 청빈한 삶을 사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가톨릭교회의 갱신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과정은

우리가 똑똑히 지켜본 바입니다.

사제의 부정부패를 용서하지 않았지만,

개신교인을 탄압했던 선대 신앙인의 죄에 대해서 사과했습니다.

그는 남미의 해방신학을 연구한 사젭니다.

그래서 자본 권력이 지구촌의 정의와 평화를 깨는 현실도

꾸준하고 준엄하게 꾸짖어왔습니다.

"우상 숭배와 같이 맹목적이고,

인간의 생명을 '돈의 제단'에 희생시키는 경제 모델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말,

이 말은 교황이 남긴 어록 중에 핵심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장 우리에겐 2014년 8월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을 만나 위로한 모습으로 각인됐습니다.

당시는 박근혜 정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감추려 했던 정권이었습니다.

그걸 모르지 않던 교황, 그래서였을까요?

방한 일정 내내 세월호 유가족들을 곁에 뒀습니다.

한국을 떠나는 길, 세월호 가족이 준 나무 십자가를 가져갔고

세월호 배지를 가슴 쪽에 달았습니다.

항공기 안에서

누군가 정치적 중립 논란을 염려하니까

교황은 "고통 앞에서 중립은 없다"라며

따뜻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고통 앞에 중립 없다."

교황은 세월호 가족 외에도

당시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로 호명된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용산 참사 유가족,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를 만났습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떠올렸습니다.

교황은 당시 전두환 정권의 절대 금기였던

광주민주화운동 언급을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아예 광주에 직접 내려가 미사를 집전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메시지를 선포했습니다.

“최근의 참극으로 여러분이 받은 깊은 상처를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단순히 인간적으로 말한다면,

특히 광주 시민들은 그 상처를 극복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바로 그러기에 화해의 은총이 여러분에게 내려질 것입니다.”

 

종교인의 권위는 교인 수, 헌금 모금 액수가 아니라

부당하고 불의한 권력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예언자의 관점에서 꾸짖는 모습, 이 모습에서 빛난다 하겠습니다.

최근 한 대형교회의 세습 문제,

아울러 보수 교인들의 가짜뉴스 유포로

한국 개신교회를 바라보는 시민의 시선은 더없이 불편합니다.

예수를 믿기로는, 한 뿌리인 가톨릭과 개신교,

왜 이렇게 극명하게 다른 평가를 받고 있을까요?

교황은 신세가 미천한 자, 가난한 자, 병든 자,

고난받는 자의 편을 들기 때문은 아닐까요?

물론 모든 가톨릭교회가 교황 같지는 않습니다만.

반면 개신교는 약한 사람을 편들기는커녕,

성적 소수자나 난민에 대한 혐오를 유포하며

힘자랑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물론 개신교인 중에는 교황과 같은 낮은 데로 임하며

천사도 흠모할 자세를 취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지금 여론에 의해 손가락질을 받는 한국 보수 개신교인들은

반기독교가 교회를 위협한다고 한목소리를 냅니다.

그러나 성경이 뭐라 말합니까? 사랑 없는 진리는

울리는 꽹과리에 불과하다,

이렇게 분명히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강한 권력과 풍부한 자본을 과시해서 존경받는 종교는 없습니다.

종교는 낮은 곳으로 향할 때 빛이 납니다.

모쪼록 한국 개신교회도 낮은 이의 벗이 돼

한국사회에 유익을 끼치는 종교,

존경받는 종교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예수의 길이 그러하지 않았습니까?

용의 먹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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